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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벌크로 사기: 무심코 반복한 10년의 습관이 나에게 남긴 것들

내 옷장에는 똑같은 옷들이 여러 벌 있다. 벌크로 산 똑같은 옷을 10년 넘게 입어온 일. 사실 거기엔 어떤 거창한 철학도, 대단한 환경 보호 의지도 없었다. 그저 그때그때 편한 것을 골랐고, 굳이 바꿀 이유를 찾지 못해 계속 입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해온 무던한 행동들이, 어느새 나라는 사람의 내면을 조금씩 빚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1. '생각의 공간'을 만들어준 무심함 아무 생각 없이 옷을 집어 드는 그 짧은 순간들이 쌓여, 역설적으로 내 머릿속에는 다른 것을 담을 여백이 생겼다. "오늘 뭐 입지?"라는 사소한 고민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그 무심함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일상을 아주 단순하고 가볍게 정돈해 주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삶의 불필요한 노이즈가 제거된 상태, 그 고요한 집중력이 나에게 스며든 것 같다. 2. '나'라는 기준의 단단해짐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그 무심함은, 외부의 자극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내성을 길러주었다. 세상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사라고 속삭이고 남들과 비교하라고 부추기지만, 10년 전과 다름없는 옷을 입고 있는 나는 그 소란함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아무 생각 없던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남의 시선보다 나의 편안함을 먼저 챙기는, 단단한 자존감의 밑바탕이 되어준 셈이다. 3. '시간'을 대하는 무던한 태도 10년이라는 세월은 무언가를 아끼려고 애써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낡아가는 대로, 해지는 대로 무던하게 놔두었기에 가능했다. 새것만 좋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 오래된 것이 주는 익숙함이 나쁘지 않다는 그 무심한 긍정이 내 삶 전반을 관통하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갑작스러운 변화나 상실 앞에서도 조금 더 담담해질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얻었다. 자연스럽게 스며든 삶의 무늬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매일 반복하는 사소한 행동은 결국 나라는 사람의 형태를 만든다. 거창한 각오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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